잠실 김세빈 공인중개사무소
부동산하루
정부 믿고 계약했는데 현금청산될 판… 조합원 지위 양도 해석 변경에 패닉
2025.12.11 잠실 김세빈 공인중개사무소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정비사업의 조합원인 80대 부부는 공동명의 주택을 매도했다가 위약금을 물어줄 처지가 됐다. 국토교통부가 투기과열지구 내 조합원 지위 양도에 대한 법령 해석을 변경하고 이를 기존에 체결된 계약에도 소급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부부는 지난 9월 주택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전 투기과열지구 내 주택인 만큼 주택 매도 시 조합원의 지위가 완전히 양도 가능한지 정부와 담당 구청에 문의했다. 주택의 대표 조합원인 아내 A씨는 지난 2018년 건강 문제로 지분 절반을 남편에게 증여하면서 B씨가 10년 보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투기과열지구 내 조합원 지위 양도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지만, 10년 보유·5년 거주 요건을 충족할 경우는 예외로 인정된다.

이 부부는 정부와 담당 구청에서 “대표 조합원이 요건을 만족할 경우 공유 지분 전체를 양수한 자에게 조합원 지위 승계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9월 말 주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국토부가 지난달 법령 해석을 변경하고 이를 기존 계약에도 적용하기로 하면서 계약이 무산되고 위약금까지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매도인 측은 “정부와 지자체에 확인까지 하고 진행한 계약이다”라며 “정책 변화로 인한 피해를 개인이 고스란히 책임져야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토로했다.

국토교통부가 투기과열지구 내 정비사업 조합원 지위 양도에 대한 법령 해석을 변경하고 이를 소급 적용하기로 하면서 시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국토부는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공동명의 주택을 매매할 때 공동 소유자 전원이 ‘10년 보유·5년 거주' 요건을 채워야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있도록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해석을 변경했다. 기존에는 대표 조합원만 이 요건을 충족하면 됐다.

문제는 국토부가 변경된 법령 해석에 대한 공문을 지자체에 보내기 이전에 체결된 계약에도 이를 적용하면서 현금 청산 대상이 되거나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 생기고 있다. 특히 일부 거래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대표 조합원만 요건을 충족하면 된다”는 답변을 받은 뒤 진행했음에도 구제를 받지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정서희

11일 정부, 지자체와 정비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도정법에 명시된 투기과열지구 내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과 관련해 법령 해석을 변경하고 이를 법령 해석 변경 이전 매매계약 체결 건에도 적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8월 14일 조합원 지위 인정 여부를 두고 아파트 매수자와 재건축 조합이 벌인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국토부는 공동 명의의 주택 소유자 모두가 10년 보유·5년 거주 요건을 충족해야 조합원 지위 전부를 승계할 수 있다고 해석을 바꿨다.

국토부는 법령 해석 변경에 대한 공문을 11월 4일 각 지자체에 보냈다. 그런데 변경된 법령 해석을 대법원 판결이 나온 8월 14일 이후 계약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원칙적으로 대법원 판결이 있은 시점부터 대법원 판결의 법리를 존중해 변경된 해석을 적용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일부 지자체는 시장의 혼란을 예상해 국토부의 공문이 오기 전까지 체결된 계약에 대해서는 기존 법령 해석을 적용하기로 했다가 다시 입장을 바꿨다. 기존 계약도 새로운 법령 해석 내용을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8월 14일 이후 체결된 계약의 경우 매수자가 조합원 지위를 박탈당해 주택이 현금청산이 되거나 매도인이 계약 취소로 인한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 생기고 있다. 서울 한 자치구 관계자는 “공동명의 주택 거래와 관련한 문의가 굉장히 많다”며 “법령 해석이 소급 적용되면서 시장에서 혼란이 있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지난 9월 공동 소유 주택의 조합원 지위 양도 가능 여부 문의에 대한 담당 구청의 국민신문고 답변 내용 캡처. /독자 제공

특히 일부 계약은 지자체로부터 “대표 조합원만 요건을 충족하면 가능하다”라는 답변을 받고 진행됐음에도 구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계약을 체결한 A씨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인 9월에 담당 구청과 국토부에 국민신문고를 통해 해당 사례에 대해 문의했고 담당 공무원은 민원인에게 ‘종전 규정대로 승계가 가능하다’는 공적인 답변을 줘 거래를 진행했다”며 “국민은 대법원 판결을 실시간으로 알 수 없으며, 주무 부처인 국토부와 관할 구청의 공식 답변을 신뢰할 수밖에 없다. 갑자기 판결일로 소급해 계약을 무효화하는 것은 피해자가 양산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번 법령 해석 변경의 소급 적용으로 재산상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국토부는 이번 법령 해석이 대법원의 판결에 따른 것으로 판결 시점 이후로 적용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률에 대한 최종적인 해석 권한은 국토부에 있는 게 아니라 법원에 있다”며 “11월 4일 대법원 판례 변경이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안내는 있었지만, 원칙적으로 법률에 대한 해석이 적용되는 시기는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던 날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