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김세빈 공인중개사무소
부동산하루
[버블붕괴 ‘後’ 20년, 일본]임대주택 공급확대 성공했지만…비싼 월세 주거비 부담 커
2015.11.27 잠실 김세빈 공인중개사무소
- 한국보다 日 임대관리시장
- 호주, 중국 등 외국인 투자자도 많아

△일본 수도 도쿄 중심가인 신주쿠 거리에는 민간 임대주택인 도시형 생활주택과 소규모 맨션들이 다닥다닥 들어서 있다. 일본에서는 전문 임대관리업체가 민간 임대아파트의 80%를 위탁·관리하고 있다.
[도쿄=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6년 차 직장인 야스노리 스다(29)씨는 올해 초 결혼과 동시에 일본 요코하마에서 신접살림을 차렸다. 회사가 일본 도쿄도 신주쿠에 있는데도 야스노리씨가 요코하마에 신혼집을 장만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도쿄보다 임대료가 싸고 지하철 노선도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반 집값 버블(거품) 붕괴 이후 몰락기를 맞은 일본 부동산시장은 우리나라보다 한발 앞서 변화가 시작됐다. 단독주택에서 맨션(우리나라 아파트·도시형 생활주택에 해당)으로, 자가(自家)에서 임대주택으로 선호도가 빠르게 바뀐 것이다.

일본 정부는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에 해당하는 기업형 임대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폈다. 동시에 임대주택 관리산업도 육성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저금리 현상이 장기화하고 1~2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투자자들이 주택을 임대 관리회사에 맡기고 적정 수입을 얻으면서 시장은 자연스럽게 확대됐다.

◇민간 임대아파트 80% 법인이 관리

일본 도쿄 시내를 다녀보면 우리나라 부동산 중개업소 형태는 찾기가 쉽지 않다. 집주인과 세입자가 공인중개사를 사이에 두고 거래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세입자가 임대 관리회사를 통해 거래하는 게 일반화돼 있기 때문이다.

요코하마에 사는 야스노리씨에게 일본에서 집 구하는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집을 구할 때는 중개법인 인터넷 사이트로 들어가 마음에 드는 집을 고릅니다. 그런 후 임대 관리회사를 방문해 집을 둘러본 후 마음에 들면 계약을 합니다.”

법인이 직접 맨션을 지어 세를 놓는 임대주택은 별도로 중개수수료가 들지 않는다. 우리나라와 같은 중개업소도 있지만 대부분 개인사업자가 아니라 법인 형태다. 집주인에게 위탁을 받은 법인과 세입자간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다.

야스노리씨는 언제부터 법인을 통해 거래가 이뤄졌느냐는 질문에 어리둥절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은 버블붕괴 이후 2000년부터 민간 임대 육성 방안에 따라 임대 관리시장이 자리를 잡았다.

일본 총무성(우리나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일본은 임대로 사용하고 있는 맨션 1200여 가구 중 80%인 900만 가구 이상을 전문기관이 위탁·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임대 관리업체에 등록된 주택이 1만 1800여가구 밖에 안되는 것과 비교하면 일본은 임대 관리산업이 안착한 셈이다.

일본 임대주택 공급·관리 업체인 ‘제이렉스’의 스즈끼 마사아수 개발사업 담당임원은 “최근엔 중국, 홍콩, 호주 등 외국 투자자들이 일본 임대주택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 도심엔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의 틈새형 건물이 가득차 있다.
◇비싼 주거비…젊은층, 도시외곽 소형맨션으로

하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보증금이 월세의 1~3개월치 밖에 되지 않는 일본은 월 임대료 부담이 만만찮다. 야스노리씨가 사는 요코하마에 있는 맨션은 전용면적 57㎡짜리로 월 임대료가 110만원이다.

그가 이 임대료로 회사가 있는 도쿄에 거주한다면 전용 20~30㎡짜리 맨션에 살아야 한다. 도쿄도청이 자리하고 있는 신주쿠 시내 전용면적 20~30㎡ 정도는 한화 기준으로 100만원 수준이다. 약간 더 큰 전용 57㎡ 맨션은 약 250만원, 전용 78㎡ 정도 크기면 월 임대료는 400만원에 이른다.

비싼 임대료 때문에 서민층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도심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도쿄에서도 서민층이 많이 사는 외곽지역은 전용 20~30㎡짜리 소형 맨션 월 임대료가 60만~70만원, 중형인 전용 78㎡는 보통 150만~160만원 선이다.

야스노리씨가 요코하마를 신혼집으로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지하철 노선이 잘 돼 있어서다. 도쿄 중심부에서 남동쪽으로 30㎞ 떨어져 있는 요코하마에서 회사가 있는 신주쿠까지는 30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서울 시내 웬만한 출근 거리보다 가깝다.

지하철이 주된 교통수단이 되다보니 역세권 중심으로는 우리나라의 도시형 생활주택과 같은 작은 주택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1~2인 가구인 젊은층을 겨냥해 출·퇴근하기 쉬운 곳에 틈새형 주택을 대거 지은 것이다. 이러한 소형 주택은 대부분 민간 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 일본은 주택 보급률이 110%를 넘고 있지만, 독신 가구가 전체 인구의 30%로 1~2인용 소형 맨션 임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노무라종합연구소 최자령 부동산부문장은 “일본도 주택시장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경제력이 있는 중·상층은 비싼 단독주택이나 초고층 맨션에 자가로 거주하는 반면 서민층은 비싼 임대료 탓에 초소형 주택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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