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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3일 내놓은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 방안'은 그동안 서민층 주거 지원에 집중했던 주택정책의 외연을 중산층으로까지 확대했다는 점에서 기존 임대정책과 차별화된다.
이는 최근 치솟는 전셋값과 빠른 전세의 월세화 현상 등으로 중산층의 주거 환경이 불안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 월세시대…중산층 장기거주 임대주택 공급 필요
정부가 중산층 임대주택을 늘리기로 한 것은 주택에 대한 인식이 '소유'에서 '거주'로 점차 변화함에 따라 자가 점유율은 감소하는 반면 임대주택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어서다.
반면 임대시장은 저금리, 집값 상승에 대한 낮은 기대감 등으로 빠르게 전세에서 월세 시장으로 재편되는 상황이다.
2012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임차 가구 가운데 월세 가구 비중은 2012년에 49.9%로 전세(50.1%) 보다 낮았지만, 지난해에는 55.0%로 전세(45.0%)를 크게 뛰어넘었다.
정부는 '월세시대' 진입으로 서민뿐 아니라 중산층의 주거불안도 심화되고 있는데 비해 800만 가구에 달하는 임차가구중 중산층을 대상으로 하는 임대주택은 64만가구에 불과해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무엇보다 임차인들은 2년 단위로 과도한 보증금 증액과 비자발적 퇴거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8년 이상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고품질의 주택을 공급해 전세에 치중된 중산층 임차가구를 월세로 흡수하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 10년→8년, 5년→4년으로 임대기간 축소, 규제도 완화
정부는 우선 임대의무기간과 사업 방식에 따라 복잡하게 구분했던 임대주택 기준을 일반형 임대와 기업형 임대로 단순화했다.
이 가운데 일반형 임대사업자는 8년 장기임대(준공공임대)와 4년 단기임대로 나뉜다. 4년 단기임대는 종전 5년 임대의 임대기간을 1년 축소한 것이다.
기업형 임대는 8년 이상 장기임대주택을 300호(건설임대) 혹은 100호(매입임대) 이상 임대하는 경우다. 종전 장기임대로 구분되던 10년 임대주택은 준공공임대와 동일한 8년으로 임대기간이 단축된다.
임대주택에 대한 핵심 규제도 기존 6개에서 2개로 축소해 4년·8년의 임대의무기간과 연 5%로 임대료 상승률을 제한한 규제만 남겼다.
따라서 민간임대사업자는 임대의무기간이 종료되더라도 사업성 등을 판단해 분양으로 전환하거나 계속 임대를 주는 것 중에 선택할 수 있고, 무주택자 등 임차인 자격에 제한을 두었던 규정도 없어져 사업자가 원하는 임차인을 자유롭게 모집할 수 있다.
초기 임대료 규제를 없애 임대료를 사업자가 판단해 결정할 수 있도록 했고, 임대주택 담보권 설정 제한 규제도 배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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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 건설되고 있는 민간임대주택 리츠 1호 사업장을 방문, 둘러보고 있다. |
기업형 임대사업자는 직접 장기 임대주택을 건설해 관리하거나 주택임대관리회사에 위탁 관리하는 '건설·위탁형', 장기 임대주택을 매입 또는 위탁해 관리하는 '매입·위탁형', 건설사·투자자·주택임대관리회사 등이 함께 리츠(부동산 투자회사)를 설립해 계획·시공·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리츠형'으로 구분된다.
정부는 기업형 임대사업자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 건설사가 직접 또는 지역내 전문업체와 협업체계를 구축해 세탁, 청소, 이사, 육아 등 종합적인 주거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올해 화물자동차 수급 상황을 점검해 공급 부족으로 판단되면 기업형 임대사업자 등에 이사업에 대한 신규 허가 발급을 검토하기로 했다.
기업형 임대사업자에게는 택지, 기금, 세제 등 다양한 분야의 전방위적인 추가 혜택도 지원된다.
이 때문에 기업형 임대사업 활성화 방안이 영세사업자,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대기업 특혜'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부는 일반형 임대사업자가 8년 이상 장기임대를 할 경우 면적제한(전용면적 85㎡ 이하)과 초기 임대료 규제를 없애고 주택 임대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인 경우 건강보험료 부담 인하를 추진하기로 했다.
임대의무기간 중 임대사업을 철회할 때 물어야 하는 과태료도 현재 3천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인하한다.
◇ 특별법 만들어 지원…LH 등 임대관리 민간에 개방
정부는 민간임대사업 지원을 위해 '민간 주택임대사업 육성에 관한 법률'을 제정, 체계적인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또 이번 대책으로 민간임대주택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해 주택임대관리업 육성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임대료 책정, 소득·자산 검증 등 핵심 업무를 제외한 LH의 임대주택 관리업무와 주택관리공단의 임대관리 업무를 2017년까지 민간에 차례로 개방한다.
국토부는 올해 5년·10년 임대(2만5천가구), 50년 임대(2만6천가구), 매입임대(8만5천가구) 등 총 13만7천가구를 우선 개방하고, 2017년까지 영구임대 12만가구, 국민임대 38만3천가구를 차례로 민간에 넘긴다는 방침이다.
분양주택 전부를 기업형 임대사업자에게 일괄 매각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분양절차 없이 통매각을 허용하고, 고품질의 임대주택 공급을 위해 2008년 이후 6년간 동결된 표준건축비도 물가 상승요인 등을 감안해 인상하기로 했다.
민간 임대사업자 지원을 위한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지원센터'도 국토부내에 설치된다.
국토부는 다음 달 중으로 규제 최소화 등의 내용이 담긴 특별 법안을 제출하고 시기별 추진계획을 세워 최대한 빨리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의 기업형 민간임대 활성화의 핵심은 대형 건설사들을 임대사업에 참여하도록 유인해 중산층에게 높은 수준의 품질을 갖춘 장기 임대아파트를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다.
국내 민간 건설 임대주택 공급실적 1위인 부영과 같은 기업을 많이 만들어내 임대주택 재고를 늘리고 중산층의 주거안정을 지원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같은 목적 달성을 위해 정부는 8년 이상 장기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기업형 임대사업자에 대해 택지, 주택기금, 세제 등 전방위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 공공택지 할인 공급…그린벨트·도시정비사업도 임대용지로 활용
정부는 기업형 임대사업자에게 가용한 모든 택지를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LH가 보유한 공공택지와 그린벨트는 물론 동사무소·우체국·철도 차량기지 등 도심 내 공공부지, 재개발·재건축 사업 부지, 공공기관 이전부지, 소규모 사유지, 건설사 보유토지까지 모두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 용지로 동원된다.
정부는 건설사의 수익을 높여주기 위해 LH가 보유한 토지 가운데 장기 미매각 용지나 사업 승인 후 미착공 부지, 공급중단 예정인 민간건설 공공임대 용지 등을 할인 매각하거나 할부조건을 완화해 택지비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LH가 보유한 미매각 용지 등을 활용하면 2017년까지 3만가구 내외의 임대주택을 지을 땅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그린벨트는 국토부 또는 지자체가 기업형 임대사업자로부터 지구지정 제안을 받아 해제 가능한 총량 범위(233㎢) 내에서 선별적으로 해제해준다. 현재 해제 가능한 GB는 수도권이 98㎢로 가장 넓고 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창원 등 도심 인근마다 각각 20∼24㎢ 산재해 있다.
정부는 또 개발면적이 1만㎡ 이상으로, 기업형 임대사업자가 전체 면적의 50% 이상을 8년 이상 장기임대로 건설할 경우 해당 부지를 '기업형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로 지정해 사업시행 요건, 개발 승인 절차를 대폭 완화해주는 등의 특례를 제공하기로 했다.
공급촉진지구에서는 지자체 조례와 관계없이 법정 상한선까지 용적률을 높여주고, 주택법상 사업계획승인 요건과 기부채납 부담도 완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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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사유지나 건설사가 보유한 택지 등 소규모 용지에도 장기임대 주택을 공급할 경우 용적률 완화와 토지 매각시 양도세 지원 등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 중대형 임대에도 기금 지원, 대출이자 2∼3%로 인하
기업형 임대사업자가 임대주택을 건설·매입하는 경우 국민주택기금을 활용한 융자 지원도 확대한다.
정부는 현재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에만 허용하던 기금 지원을 85∼135㎡의 중대형 임대주택으로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또 건설·매입 등에 상관없이 8년 장기임대의 경우 가구당 전용 60㎡ 이하 8천만원, 60∼85㎡ 1억원인 융자 한도를 지금보다 1천만원 정도 수준에서 상향하고, 85㎡ 초과 구간을 신설해 가구당 1억2천만원까지 융자해주기로 했다.
지금은 건설자금의 경우 가구당 7천만원(60㎡ 이하)∼9천만원(60∼85㎡), 매입자금은 가구당 7천500만원(지방)∼1억5천만원(수도권)까지 지원하고 있다.
5년 단기 민간건설 일반임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기금융자를 지원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4년 단기 건설임대에 대해서도 기금융자가 신설된다. 다만, 금리는 8년 장기 건설임대보다 높은 수준에 책정할 계획이다.
현재 연 2.7∼3.5%인 융자 금리도 2017년까지 한시적으로 인하한다.
8년 장기 임대에 대해서는 면적에 따라 조달금리 수준인 2.0%(60㎡ 이하), 2.5%(60∼85㎡ 이하), 3.0%(85∼135㎡ 이하)의 금리로 지원하고, 4년 임대주택은 면적별로 3.0%(60㎡ 이하), 3.5%(60∼85㎡ 이하), 4.0%(85∼135㎡ 이하) 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실제 임대기간이 8년을 넘을 때는 1년마다 모든 규모에서 금리를 0.1%포인트씩 인하하는 혜택을 줘 최대 10년간 1%포인트까지 금리 인하 혜택을 추가로 주기로 했다.
만약 임대기간이 18년이면 기금 대출 금리가 1∼2% 수준까지 낮아지는 것이다.
융자 상환조건도 완화해 현재 건설자금은 10년 거치 후 20년 원리금 상환, 매입자금은 10년 후 만기일시 상환해야 하는 것을 앞으로는 임대기간이 종료될 때까지 원금 상환의무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 취득세·소득세 등 감면, 장기보유특별공제 확대
민간 임대주택의 틀이 개편됨에 따라 기존 세제 틀도 바뀐다. 8년 장기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자에 대해서는 임대기간과 면적별로 취득세·소득세·법인세·양도세 등 각종 세제를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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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득세의 경우 전용 60㎡ 이하는 4년·8년 임대주택 모두 면제해주고 60∼85㎡ 이하의 경우 8년 장기임대는 50% 감면해준다.
소득세와 법인세는 현재 기준시가 3억원 이하 주택에 적용하는 감면 혜택을 6억원 이하 주택으로 확대하고, 세금 감면 폭을 4년 단기임대는 현재 20%에서 30%로, 8년 장기임대는 종전 50%에서 75%로 각각 확대한다.
자기관리 형태의 리츠가 8년간 임대(준공공임대)할 경우 임대소득에 대해 법인세를 8년간 100% 감면해주는 혜택도 주기로 했다.
양도세도 4년 단기 건설임대의 경우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을 종전 30%에서 최대 40%로 높여주고 준공공임대를 10년 이상 임대하는 경우에는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을 종전 60%에서 70%로 확대해주기로 했다.
또 개인이 보유한 토지를 기업형 임대사업자에게 매각할 경우 양도세의 10%를 감면해줄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제도 개편을 적용할 경우 85㎡ 매입임대주택 1가구를 8년간 임대하는 사업자가 받는 조세감면혜택은 기존 연간 91만원에서 개편 후 143만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건설사가 가장 골칫거리로 꼽았던 '연결재무제표 적용' 문제도 사실상 해결됐다.
정부는 건설사가 기업형 임대사업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에 지배력을 갖지 않는 경우 회계기준원의 판단을 거쳐 모회사(건설사)의 재무제표 연결대상에서 SPC를 제외하기로 했다.
현재는 건설사가 임대주택 건설을 위해 설립한 SPC의 대출액이 건설사의 부채로 잡혀 임대사업을 꺼리는 등 제약 조건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현재 민간제안리츠와 수급조절리츠를 기업형 민간임대리츠로 단일화하고 사업대상을 개발사업형 등으로 확대하는 등 기업형 임대리츠 지원방안도 마련했다.
또 기업형 임대사업에 대한 종합금융보증을 도입해 기업형 임대사업자가 건설 및 임대기간중 장기간 저리로 자금을 융자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연간 1조원의 보증을 지원할 경우 연 1만가구의 기업형 임대주택 건설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종전 공공임대리츠 등에 적용하던 LH의 임대주택 매입확약 범위는 기업형 임대로 확대한다.
기업형 임대사업자가 전용 60㎡ 이하, 2억원 이하의 주택을 8년 이상 임대한 경우 일반 매각 등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 LH가 감정평가 금액으로 사줄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