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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는 서울에서 비행기를 탈 때부터 직감했다. 승객의 70% 이상이 중국인이었다.
최근 몇 년 새 급증한 중국 관광객들이 제주 부동산 값을 밀어올리고 있다. 불과 2~3년 전 이 일대 땅값은 대로변 기준으로 3.3㎡당 1000만원 정도였다. 이제는 대로변에서 한 굽이 들어간 이면도로 땅 시세가 3.3㎡당 최소 1200만원이다. 사실 이 시세에도 당장 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건물주들이 오른 시세에도 배짱을 부리며 팔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어 사실상 부르는 게 값이다.
이승용 제주나이스부동산 대표는 "연간 30만명을 넘지 않던 중국 관광객 숫자가 작년에는 100만명을 넘었다"며 "중국인들이 이 일대에서 싹쓸이 쇼핑을 하는 덕에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오르며 건물시세도 덩달아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 부동산 시장이 '중국 관광객ㆍ영어교육도시ㆍ귀촌수요' 3대 호재에 활기를 띠고 있다. 매년 급증하는 중국 관광객들은 제주 부동산 열기의 일등공신이다. 연중 내내 관광객이 몰리며 호텔객실 가동률이 80~90%를 넘고 있다.
박홍배 제주도청 국제자유도시과장은 "관광객 수요를 노린 호텔 신축 신청서가 밀려드는 탓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제주에서 호텔을 지을 만한 신축 부지는 거의 동이 난 상태다.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될 정도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조성한 제주영어교육도시가 문을 열며 재력이 있는 강남 학부모가 제주를 기웃거리는 점도 호재다. 제주의 강남으로 불리는 신시가지 노형동은 최근 아파트 시세가 3.3㎡당 1000만원을 돌파했다. 학기 중에 아이를 데리고 내려와 살 집을 구하는 문의도 속속 늘고 있다. 2007년 1억원 중반대에 거래되던 노형동 현대아이파크 전용면적 75㎡ 현 시세는 2억7000만원을 호가한다.
제주를 왔다 갔다 하는 강남 아줌마 사이에 화끈한 제주 부동산 소식이 퍼지며 서울에서도 투자수요가 몰려들고 있다. 건물 임대료로 서울 강남 대비 높은 연 5~6% 수익이 가능한 데다 시세차익 가능성도 높아 하루에만 최소 열 통 이상 수도권 투자 문의가 오고 있다.
최근에는 30대를 주축으로 제주에 내려와 정착하려는 귀촌 수요까지 제주 부동산 시세표를 밀어올리고 있다. 올레길 주변에 있는 낡은 농가주택이 이들의 주된 타깃이다. 리모델링을 한 뒤 집을 겸해 가게를 열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이들이 제주 농가주택을 싹쓸이하며 2~3년 전 6000만원이면 살 수 있었던 노후주택 시세가 최근 1억원 중반까지 올랐다. 그전에 4000만원 선에 거래되던 농가주택은 두 배인 8000만원에 거래된다.
오히려 이제는 과열을 걱정해야 할 시기라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최근 공급이 급증했던 아파트 시장은 미분양 매물이 늘고 있는 추세여서 신중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글출처: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