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정부는 서울, 수도권 도심에 임대주택인 행복주택 1만가구를 시범사업으로 짓겠다고 밝혔다. 행복주택 시범지구는 철도부지인 서울 오류동, 가좌, 공릉, 안산 고잔 등 4곳과 유수지인 목동, 송파, 잠실 3곳이다. 시범지구인 이들 지역은 임대주택 외에 업무·상업 기능을 함께 디자인해 주변의 도심 재생과 연계하는 등 친환경 복합주거타운으로 조성한다.
(사진)국토부가 행복주택 시범지구 7곳에 1만가구를 짓기로 했다. 행복주택 시범지구로 선정된 서울시 구로구 오류동역 모습.
그동안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쏠림현상이 심화됐던 소외계층이 행복주택 건립에 따라 도심지역에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번 행복주택 시범지구로 선정된 7개 지역은 입지, 도심 접근성, 거주 편의성, 학군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범지구는 철도부지보다는 유수지 입지가 뛰어나다. 철도부지는 철도 위에 건설되는 만큼 소음과 진동을 피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또한 철도부지 지구는 대부분 학군과 편의시설 등 인프라도 유수지 지구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목동지구를 비롯해 잠실과 송파지구의 유수지는 일반 수요자들에게도 만족도가 높은 지역이다. 이들 지역은 학군도 뛰어날 뿐 아니라 대형 쇼핑시설과 문화시설, 관공서 등이 잘 갖춰져 생활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주거 쾌적성, 도심 접근성, 거주 편의성, 학군 등으로 나눠 시범지구 지역별 점수를 매겨봤다.
1. 주거 쾌적성
잠실 주거 환경이 가장 뛰어나
주거 쾌적성이 가장 높은 지역은 잠실지구다. 잠실지구는 송파구 잠실동 일원에 위치하며 7만4000㎡에 1800가구의 임대주택이 들어선다. 잠실지구는 탄천이 맞붙어 있고 인근에 양재천, 아시아공원 등이 가까이 위치해 주거 환경이 좋다.
목동지구와 송파지구도 주거 쾌적성이 뛰어나다. 유수지로 개발되는 목동지구는 물과 문화 콘셉트로 개발되는데 10만5000㎡ 부지에 2800가구로 대규모 임대주택이 건설된다. 목동지구는 아파트 밀집지역이며 안양천이 가까이에 위치해 주거 쾌적성이 높다. 또한 목동지구는 유흥가가 없어 쾌적성은 물론 안전하고 조용한 주거생활을 누릴 수 있다.
송파구 가락동 일원에 위치한 송파지구는 11만㎡에 1600가구의 임대주택이 건설된다. 탄천변에 조성된 송파유수지는 주택 밀집지역이다.
철도부지 중에서는 안산 고잔지구의 주거 환경이 나은 편이다. 고잔지구는 수도권 전철 4호선에 위치하며 4만8000㎡ 부지에 1500가구의 임대주택이 들어선다. 노후화된 주택단지 밀집지역인 점이 흠으로 지적되지만 인근에 안산 와스타디움, 안산문화재단, 화정천, 고잔공원 등 녹지가 많다.
반면 오류동, 가좌, 공릉지구는 주거 쾌적성에서 최하점을 받았다.
서울 구로구 오류동 오류동역 일원에 위치한 오류동지구는 친환경 건강도시라는 콘셉트로 10만9000㎡ 부지에 1500가구의 임대주택이 들어설 예정이다. 오류동은 동서로 뻗어 있는 철길 때문에 오류1·2동이 남북으로 분리된 상태다. 오류1·2동은 대부분 노후화된 주택단지들이 밀집돼 있어 주거 쾌적성이 많이 떨어진다.
서대문구 남가좌동, 마포구 성산동·중동 일원에 위치한 가좌지구는 2만6000㎡ 부지에 650가구의 임대주택이 건설된다. 가좌지구는 가좌역을 중심으로 노후화된 주택 밀집지역이며, 고가도로가 인접해 있어 소음 문제가 있다. 또 공원이나 산 등 녹지가 거의 없어 주거 쾌적성이 떨어진다.
노원구 공릉동 일원에 들어서는 공릉지구는 녹지와 대학문화가 함께하는 도시공간으로 1만7000㎡ 부지에 200가구가 건설된다. 이 지구 역시 노후 주택 밀집지역이고 1㎞ 이내에 근린공원이 없는 공원 소외지역으로 주거 쾌적성이 떨어지나, 중랑천이 인접해 있는 점은 장점이다.
2. 도심 접근성
철도부지 가좌지구가 으뜸
행복주택 시범지구의 도심 접근성은 전반적으로 뛰어나다. 정부가 당초 시범지구를 지정할 때 서민들의 도심지역 진입 가능성에 대해 비중 있게 고려했기 때문이다.
철도부지 중에서도 도심 접근성이 가장 뛰어난 지역은 가좌지구를 꼽을 수 있다. 가좌지구는 차로 이동할 때 내부순환로(성산IC), 국도 48호선 등을 통해 서울 도심(광화문, 시청 일대)으로의 출퇴근이 용이하다. 경의선과 공항철도 가좌역을 이용하면 20분대에 도달할 수 있다.
유수지는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수요자에게 최적이다. 잠실지구는 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을 이용할 수 있다. 향후 지하철 9호선이 개통될 예정이라 교통여건은 더 좋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송파지구는 지하철역 송파역이 멀다.
목동지구는 강북 도심 접근이 용이하다. 국회대로, 안양천로가 인접해 있고 지하철 5호선(오목교역)이 가까이에 있어 30분이면 도심에 도달할 수 있다. 또 목동지구는 경인고속도로, 서부간선도로 등도 이용하기 편리해 광역으로 접근성이 우수하다.
3. 거주 편의성
백화점·마트 인접한 목동이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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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지구는 인근에 하이페리온을 비롯한 고급 주상복합타운과 백화점, 대형마트, 교보문고 등 각종 편의시설이 인접해 있다. 또 안양천과 목동종합운동장이 가까이에 있어 체육시설 이용이 편리하다.
잠실지구는 대규모 편의시설이 인접해 있지 않지만 도보로 잠실종합운동장을 이용할 수 있다. 또 지구 주변에 대규모 초고층 아파트들이 밀집돼 있어 단지 내 편의시설 이용이 가능하다.
반면 오류동지구와 가좌지구는 대규모 쇼핑시설은 물론 병원, 관공서 등의 편의시설 이용이 다소 불편하다. 가좌지구는 편의시설을 이용하려면 홍대입구역,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주변으로 가야 한다.
4. 학군
명문학교 많은 목동이 수혜
학군 역시 철도부지보다 유수지 지구가 뛰어나다. 학군이 가장 뛰어난 지역은 단연 목동지구다. 목동지구는 명문학군으로 꼽히는 목운초·중이 인접해 있다. 목동지구에 건립될 행복주택은 교육행정상 목동의 최고 학군인 목원초 등으로 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행복주택 시범지구 중 최고의 학군이다.
공릉지구 역시 학군이 나쁘지 않다. 공릉역을 중심으로 도보권에는 공연초, 용원초, 한천초·중을 비롯해 동산정보산업고, 경기기계공업고 그리고 서울과학기술대 등이 있다. 송파지구는 삼전초와 배명고가 지구와 인접해 있고, 송파역 중심으로는 중대초, 일신여중, 잠실여고, 가락고 등이 가까이에 있다. 가좌지구는 인근에 주요 대학교들이 많이 분포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연세대를 비롯해 홍익대, 서강대, 이화여대 등이 가까이에 있다. 따라서 대학생의 주거공간으로 인기를 끌 전망이다.
행복주택은 지구별 차이는 있겠지만 보금자리주택과 달리 주변 집값에 큰 영향은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철도부지의 경우에는 놀고 있는 땅이 주택과 상업시설로 함께 개발되기 때문에 오히려 주거 쾌적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철도부지를 활용할 예정인 오류동·공릉·가좌지구에선 반기는 목소리가 크다. 미관상 좋지 못했던 철도부지에 공원이나 주민센터 등 생활편의시설이 조성돼 주거 환경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에 호재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대규모의 행복주택이 들어서고 명문학군 지역으로 꼽히는 목동지구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임대주택이 들어서면서 생활 수준이 하향 평준화돼 인근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글출처:매경이코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