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조국 대표의 토지공개념 도입과 보유세
인상을 포함한 부동산 개혁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다.
기성 정치권에서는 표심을 의식해 선뜻 꺼내기
어려운 민감한 주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필자는 그동안 여러 차례 잠실엘스, 리센츠,
트리지움, 레이크팰리스 등 잠실 주요 아파트 시장을
분석하며 부동산 시장의 진정한 안정은
토지공개념 확립에서 시작된다고 누차 강조해왔기에
이번 발언에 깊이 공감하는 바이다.
토지는 다른 재화와 달리 절대적으로 한정된 자원이라는
특수성을 지닌다. 공장을 늘려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일반 상품과 달리 토지는 물리적으로 공급 확대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희소성 때문에 토지가 소수에게 집중되면
필연적으로 부동산 값 왜곡이 발생하고
사회 양극화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토지공개념은 한정된 토지 자원이
특정인에게 편중되지 않도록 사회적 통제와 배분
원칙을 세우는 철학이자 제도적 장치인 것이다.
토지공개념을 실현하는 대표적인 3대 제도가 있다.
첫째는 개발이익환수제로서 개발 행위로 인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지가 상승분을 개인이 독점하지
못하도록 사회가 일정 부분 회수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대규모 인프라 구축이나
도시 계획 변경으로 토지 가치가 급등할 때
그 상승분의 상당 부분을 공공 재원으로
환수해 재투자하는 방식이다.
둘째는 택지소유상한제인데 이는 개인이나
법인이 보유할 수 있는 택지 면적에 상한선을 두어
토지의 과도한 집중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제도다.
토지 시장의 유동성을 높이고 투기 목적의
대량 매집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셋째는 토지초과이득세 제로 일정 기간 동안
토지 값이 정상 범위를 초과해 급등했을 경우
그 초과 이득에 대해 별도의 세금을 부과하는 장치다.
이 세 가지 제도 중 토지초과이득세와
택지소유상한제는 1989년 노태우 정부 시절
도입되었다가 1998년 김대중 정부 때
폐지된 역사를 갖고 있다.
당시 외환위기 상황에서 경기부양 명목으로
철회되었지만 이후 부동산 시장 과열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토지공개념은 이 3대 제도 외에도 광의의 개념으로
다양한 정책 수단을 포함한다. 토지수용체는
공공 목적을 위해 사유 재산인 토지를 강제
수용할 수 있는 권한을 국가에 부여하는 제도다.
국토 보유세는 토지 보유 자체에 세금을 부과해
유휴지나 투기 목적 보유를 억제한다.
개발제한구역인 그린벨트는 도시 무분별한 확장을 막고
녹지를 보존하는 공간 규제 장치다.
용도지역과 용도지구, 용도구역으로 구성된
국토계획법체계는 토지 이용의 공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본 골격이다.
공시지가와 공공 주도 감정평가 제도는
토지가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는 인프라에 해당한다.
재건축과 재개발 초과이익 환수제는
정비 사업을 통한 과도한 시세차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수단이며 분양가상한제는
신규 주택의 매매가 급등을 제어할 수 있다.
공공택지 공급 제도는 국가가 직접 토지를
개발해 공급함으로써 시장 수급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지구단위계획과 도시 관리 계획
규제는 도시 공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계획적 장치들이다.
잠실 엘스를 비롯해 리센츠, 트리지움,
레이크팰리스 같은 고가 아파트 단지들이
강남권 프리미엄 입지에 위치해 있으며 초고가
거래가 일상화되면서 일반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점점 더 요원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토지와 부동산이 투기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자산 불평등이 심화되는 단적인 사례다.
필자가 보기에 복잡한 여러 제도를 한꺼번에
도입하기보다는 두 가지 핵심 정책만 제대로
시행해도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한다.
바로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대폭 인상과
개발이익환수제의 철저한 시행이다.
다주택자 보유세를 실효성 있는 수준으로 인상하면
투기 목적의 주택 보유 유인이 크게 감소하고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서 공급 확대 효과가 발생한다.
동시에 개발이익환수제를 엄격히 적용하면
토지 소유자들이 개발 호재만을 노리고 장기간
보유하는 관행을 차단할 수 있다.
이 두 정책은 시장 원리를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투기 억제와 공급 촉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다.
무엇보다 너무 많은 규제를 동시에 도입하면
조세 저항과 정치적 반발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정책의 실효성보다 여론전에 휘말려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거나 금방 폐지되는
전철을 밟을 위험이 크다.
과거 토지초과이득세와 택지소유상한제가
불과 9년 만에 폐지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적인 두 가지 정책에 사회적 합의를 모으고
장기적으로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 필자의 지론이다.
조국 대표의 이번 발언은 정치권이 부동산 문제를
단순히 경기 부양이나 표심용 카드로만 다루지 말고
구조적 개혁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경종을 울린 것으로 평가된다.
토지공개념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되살리고
보유세 정상화라는 조세 정의를 실현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