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이혼 후에도 집을 팔지 않고 공동명의를 유지하려는 부부들의 상담이 법조계에서 이뤄지고 있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에 재산분할 과정에서 아파트 처분을 미루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부부 관계가 끝나더라도 재산 관계는 남는 만큼 새로운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집값 더 오를 텐데"… 이혼 후에도 공동명의 유지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13% 올라 89주 연속 상승했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는 이혼을 앞둔 부부들의 재산분할 고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혼하면서 아파트를 서둘러 처분하거나 상대방에게 지분을 넘겼다가 집값이 더 오르면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매각 시 발생할 수 있는 양도소득세 부담도 처분을 미루는 이유 중 하나다.
법적으로 이혼 후에도 아파트 공동명의를 유지하는 것은 가능하다. 부부가 합의하면 기존 공동명의를 그대로 둘 수 있고, 한 사람 명의였던 집도 재산분할 과정에서 지분 이전등기를 거쳐 공동명의로 바꿀 수 있다.
문제는 이혼 후에도 재산 관계가 이어진다는 점이다. 혼인 관계는 끝났지만 아파트를 함께 소유하면서 거주와 비용 부담, 처분 문제를 놓고 계속 협의해야 한다.
◇혼자 살아도 공동재산… 사용료·대출금 갈등
A씨가 고민하는 첫 번째 문제는 거주다. 이혼 후 B씨만 아파트에 계속 살고 A씨는 다른 곳으로 이사한다면, 집을 사용하지 못하는 A씨가 사용료를 요구할 수 있을까.
법조계에 따르면 공동명의 주택을 한쪽이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상대방의 이용을 배제했다면 지분에 상응하는 차임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할 수 있다. 다만 이혼 당시 일정 기간 무상으로 거주하도록 합의했다면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대출금도 문제다. A씨가 집에 살지 않는다고 대출 채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출 명의와 당사자 사이의 약정에 따라 부담이 달라진다. 한쪽이 대출 원금을 계속 갚았다면 향후 매각대금을 나눌 때 그 금액을 어떻게 반영할지도 미리 정해야 한다.
관리비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 거주하면서 발생하는 비용과 주택을 소유·유지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구분해야 한다. B씨가 관리비를 전부 부담할지, A씨도 일부를 낼지를 놓고 갈등이 생길 수 있다.
한 이혼 전문 변호사는 "집에 거주하는 사람이 관리비를 전부 부담할지, 두 사람이 나눠 낼지 등을 이혼 전에 합의해야 한다"며 "공동명의 유지는 부부 사이의 재산 관계를 확실하게 정리하는 방법으로 적절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3년 뒤 팔자" 약속 깨지면 또 소송
A씨의 또 다른 고민은 매각 시기다. B씨와 3년 뒤 아파트를 팔아 대금을 나누기로 합의하더라도, 막상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한 B씨가 매각을 거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법상 공유자는 자신의 지분을 처분할 수 있지만 아파트 전체를 처분하려면 다른 공유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지분을 절반씩 보유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결국 B씨가 동의하지 않으면 A씨 혼자 아파트 전체를 팔 수 없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혼 당시 작성한 합의 내용이다. 매각 시기와 방법은 물론, 한쪽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어떻게 처리할지까지 구체적으로 정해두는 것이 좋다.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공유물분할 소송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민법은 공유자들이 5년 이내의 기간으로 분할하지 않기로 약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기존 합의의 내용과 효력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
법원은 부동산의 특성과 당사자들의 사정을 고려해 분할 방법을 결정한다. 한쪽이 아파트를 단독으로 소유하면서 상대방에게 지분에 해당하는 돈을 지급하도록 하거나, 현물분할이 어려운 경우 등에는 경매로 처분한 뒤 대금을 나누도록 할 수 있다.
이혼하면서 재산분할을 마쳤는데도 아파트 처분 문제로 다시 법정에 서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류현정 법무법인 새움 대표변호사는 "이혼 후 공동명의를 유지하면 거주와 비용 부담, 매각 시기를 둘러싼 문제가 남기 때문에 가급적 재산을 한 번에 정리하는 편이 분쟁 예방에 유리하다"며 "공동 보유를 택한다면 사용료와 대출이자 부담은 물론, 한쪽이 먼저 지분 정산을 요구할 때의 처리 방법까지 정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