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실거주한다더니 다른 세입자를 들였다”
2026.07.28
잠실 김세빈 공인중개사무소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부동산 주치의 배준형 수석전문위원입니다.
전세나 월세 계약 만료를 앞둔 세입자에게는 법으로 보장된 권리가 있습니다.
바로 계약갱신요구권입니다.
그런데 임차인이 계약을 한 번 더 연장해 살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집주인이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미안하지만 이번에는 제가 직접 들어와 살아야 해서 계약을 연장해드릴 수 없습니다.”
집주인 본인이나 부모, 자녀가 실제로 거주할 예정이라면 법에서 인정하는 갱신거절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세입자가 다른 집을 구해 이사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전혀 다른 사람이 들어와 살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입니다.
집주인은 정말 실거주하려고 했던 것일까요? 아니면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더 높은 보증금이나 월세를 받기 위해 실거주를 핑계로 댄 것일까요?
이번 시간에는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한 뒤 제3자에게 다시 임대한 경우, 임차인이 어떤 요건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계약갱신요구권은 언제 행사할 수 있을까요?
계약갱신요구권은 임대차기간 2년이 모두 지난 뒤 비로소 생기는 권리가 아닙니다.
임차인은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임대인에게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 권리는 한 차례 행사할 수 있고, 갱신되는 임대차기간은 2년으로 봅니다. 흔히 말하는 ‘2+2년’ 구조입니다.
임차인이 적법하게 계약갱신을 요구했다면 임대인은 법에서 정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거절할 수 없습니다.
그중 현장에서 가장 자주 문제가 되는 사유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 제8호입니다.
임대인이나 임대인의 직계존속·직계비속이 해당 주택에 실제로 거주하려는 경우입니다.
쉽게 말하면 집주인 본인이나 집주인의 부모·조부모, 자녀·손자녀 등이 실제로 들어와 살 예정이라면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실거주할 예정”이라고 말하는 것만으로 무조건 갱신거절이 정당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실거주 의사가 진짜였는지는 누가 증명할까요?
실거주 계획은 임대인의 마음속에 있는 장래의 계획입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집주인이 정말 들어와 살 예정인지, 더 높은 가격에 다른 사람에게 임대하려는 것인지 미리 알기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이 문제에 관해 실거주 사유가 존재한다는 점을 임대인이 증명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임대인이 단순히 “내가 살겠다”고 말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임대인의 현재 주거 상황, 직장과 자녀의 학교, 실거주를 결정하게 된 경위, 기존 주택의 처분이나 이사 준비 여부, 갱신거절 전후의 행동이 서로 모순되지 않는지 등을 종합해 실거주 의사의 진정성을 판단합니다.
처음에는 본인이 산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부모나 자녀가 살 예정이었다고 말을 바꾸거나, 기존 주택을 정리할 준비도 하지 않은 채 막연하게 실거주만 주장한다면 법원에서 신뢰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다만 임대인이 실제로 입주하지 못했다는 결과만으로 처음부터 거짓말이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갱신거절 당시에는 진정한 실거주 의사가 있었지만 이후 예상하기 어려운 사정이 발생해 계획이 바뀌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핵심은 갱신거절 당시 실거주 의사가 실제로 존재했는지, 이후 계획이 변경됐다면 이를 정당화할 객관적인 사정이 있었는지입니다.
다른 세입자를 들였다면 손해배상 책임이 생길 수 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거짓 실거주 갱신거절을 막기 위한 손해배상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임대인이 본인이나 부모·자녀의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한 뒤, 갱신됐더라면 임차인이 거주할 수 있었던 기간이 끝나기 전에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다시 임대한 경우입니다.
이때 임대인은 갱신거절로 인해 기존 임차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기존 계약의 만료일이 2026년 8월 31일이었다면, 갱신요구가 받아들여졌을 경우 임차인은 통상 2028년 8월 31일까지 거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내보낸 뒤 그 기간이 끝나기 전에 다른 임차인과 계약했다면 손해배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제3자에게 임대했다는 사실만 확인되면 모든 경우에 자동으로 배상책임이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임대인에게 실거주 계획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던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 기존 갱신거절을 적절한 시점에 철회했는지 등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실제로 법원은 임대인이 갱신요구 기간이 끝나기 전에 실거주 계획의 변경을 알리고 기존 갱신거절을 철회해 임차인에게 다시 갱신할 기회를 줬다면, 이후 제3자에게 임대했더라도 갱신요구권 침해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손해배상액은 세 가지 중 가장 큰 금액입니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미리 손해배상액을 합의하지 않았다면 배상액은 법에서 정한 세 가지 금액 중 가장 큰 금액을 기준으로 합니다.
첫 번째는 갱신거절 당시 환산월차임의 3개월분입니다.
월세 계약이라면 월세에 보증금을 월차임으로 전환한 금액을 더합니다. 전세처럼 월세가 없는 계약이라면 보증금을 월차임으로 환산해 계산합니다.
두 번째는 새로운 임차인에게서 받게 된 환산월차임과 기존 임차인의 환산월차임 차액을 24개월분으로 계산한 금액입니다.
세 번째는 갱신거절로 인해 임차인이 실제로 입은 손해액입니다.
새로운 주택을 구하면서 지급한 중개보수, 이사비용, 기존보다 늘어난 주거비 등은 실제 지출과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다면 손해로 주장할 수 있습니다.
법은 이 세 가지 가운데 가장 큰 금액을 손해배상액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손해 항목이 서로 중복된다면 중복해 배상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세보증금은 어떤 비율로 월세로 바꿀까요?
전세 계약의 손해배상액을 계산하려면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환산해야 합니다.
이때 임의의 이율을 적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법정 전월세전환율인 연 10%와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2%’ 가운데 낮은 비율을 적용합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변하면 적용되는 전환율도 달라질 수 있으므로, 손해배상 사유가 발생한 당시의 전환율을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설명을 위해 당시 전환율을 연 4%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기존 전세보증금이 5억 원이라면 환산월차임은 다음과 같습니다.
5억 원×연 4%÷12개월=월 약 166만7000원
이 금액의 3개월분은 약 500만 원입니다.
집주인이 새 임차인에게 보증금 6억 원을 받았다면 새 계약의 환산월차임은 월 200만 원입니다.
기존 계약과의 차액은 월 약 33만3000원이고, 이를 24개월로 계산하면 약 800만 원입니다.
실제 손해액이 별도로 600만 원 입증됐다고 가정하면 다음 세 금액을 비교합니다.
환산월차임 3개월분: 약 500만 원
신·구 계약 차액 24개월분: 약 800만 원
입증된 실제 손해액: 600만 원
이 사례에서는 가장 큰 금액인 약 800만 원이 손해배상액을 판단하는 기준이 됩니다.
다만 이는 계산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가정입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갱신거절 당시와 신규 임
대차계약의 보증금·월세, 당시 법정 전월세전환율, 실제 손해 자료를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집주인이 임대한 것이 아니라 매도했다면 어떨까요?
실무에서는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를 내보낸 뒤 다른 사람에게 임대하지 않고 주택을 매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법 적용 방식이 달라집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5항과 제6항은 임대인이 갱신됐을 기간이 끝나기 전에 제3자에게 주택을 ‘임대한 경우’를 직접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집을 매도했다는 사실만으로 제6항의 세 가지 손해배상 산식이 자동으로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매도했다고 해서 언제나 배상책임이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갱신거절 당시에는 실제로 거주할 계획이 있었지만, 이후 예상하지 못한 사정으로 매각하게 됐다면 거짓 갱신거절이라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처음부터 실거주할 의사가 없으면서 기존 임차인을 내보내기 위해 거짓말을 했고, 곧바로 매매계약을 추진한 정황이 확인된다면 민법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별도로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실거주 의사가 없었다는 점과 위법한 갱신거절로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주장해야 합니다.
배상액도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6항의 산식으로 자동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사비용·중개보수·추가 주거비 등 실제 발생한 손해와 인과관계를 중심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실거주한다고 했다가 매도했으니 무조건 세 달치 월세나 2년치 차액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세입자가 반드시 남겨야 할 증거